휴대폰, PC, TV 등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는 일상 어디서든 전자상거래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이 같은 소비자와 디지털 접점을 분석하고, 적재적소에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해 브랜드를 알리고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은 소비자에 대한 추적과 분석이 어려워졌다. 사용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는 이들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는 제3자 기업(서드파티)이 소비자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메건 클라켄(Megan Clarken) 크리테오(Criteo)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아주경제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면서 이러한 글로벌 정책 변화는 안전한 디지털 광고 환경과 소비자 자율성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케팅 담당자는 환경 변화에 맞춰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연결해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마케팅 성과를 함께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디지털 환경은 제품 정보 습득, 검색, 가격 비교, 구매 등 소비자의 모든 여정에서 직접적인 쇼핑을 지원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며 “디지털 광고 시장은 소비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머스 미디어’로 변모하고 있다. 크리테오는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 모두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초개인화 맞춤형 광고(어드레서블 광고) 시대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세계 6위···올해도 파트너십 확대할 것
크리테오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기업이다. 현재 전 세계에 35개 지사를 두고 90개 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임직원 수는 3100여 명이며 하루 50억개 이상 광고를 다양한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클라켄 CEO는 시장조사 기업 닐슨에서 15년간 사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뒤 2019년 크리테오에 합류했다.
그는 “CEO를 맡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코로나19라는 커다란 인류적·경제적 위기를 직면했다.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애드테크 기업 아이폰웹(IPONWEB)을 인수하고 고객사에 400억 달러(약 49조2020억원) 규모에 달하는 상업적 성과를 제공하는 등 많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는 2010년 진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세운 첫 번째 지사다. 크리테오에 따르면 한국은 성장 가능성이 큰 크리테오의 핵심 시장으로, 현재 아·태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클라켄 CEO는 “시장조사업체 이커머스DB(ecommerceDB)에 따르면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1년 1195억 달러(약 146조9909억원)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크며 2021년에만 연간 18%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자료를 보면 한국 가구 99%는 휴대폰 등 전자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발달해 있다. 따라서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이는 ‘보고, 클릭하고, 구매한다’는 커머스 미디어 개념을 접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CJ ENM과 진행한 ‘TV 오디언스 익스텐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TV 광고와 전자상거래를 연계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광고가 송출되는 시간대에 브랜드 웹사이트에 접속한 사용자를 리타기팅(Retargeting)해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한다. 크리테오에 따르면 북미나 유럽 TV 광고 시장에서는 이미 도입된 기술이며 한국에 도입된 것은 크리테오와 CJ ENM 간 협력이 첫 사례다.
이 밖에도 카페24와 인공지능(AI) 광고 솔루션 구축 협약을 맺고 중소 규모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과 새로운 소비자 경험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역시 국내 주요 광고 매체·전자상거래 기업 등과 협력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드파티 데이터 시대의 끝···퍼스트파티 데이터 적극 활용 필요
기업은 디지털 마케팅에 서드파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왔다. 크롬 등 웹 브라우저를 통해 기록되는 사용자 활동 정보(쿠키)를 기업이 수집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에 따라 서드파티 데이터 활용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기업이 자체 보유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클라켄 CEO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기존 디스플레이 광고, 검색광고, 소셜미디어 광고를 넘어 커머스 미디어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러한 커머스 미디어 시장에서는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는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을 연결하고 구매로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동의를 얻고 수집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령 온라인 쇼핑몰 가입 시 입력하는 성별이나 쇼핑몰 구매 내역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인터넷 쿠키 등 서드파티를 통한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진 시점에서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분석이 필요하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광고 시대에 초개인화 맞춤형 광고의 기반은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 소유자 사이에 공유되는 소비자가 동의한 퍼스트파티 데이터”라며 “크리테오는 네트워크를 통해 퍼스트파티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설계하고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 소유자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 상호 보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단일 기업이 보유한 소비자 정보는 해당 홈페이지나 앱 내에서 활동해 온 소비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동기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제품을 알게 됐는지 등 세부적인 분석은 어렵다. 예를 들어 종합 비타민 등 영양제를 구매한 소비자의 동기가 건강 악화 때문인지, 다이어트 식단을 위해서인지 온라인 쇼핑몰이 보유한 구매 정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다.
크리테오가 보유한 ‘퍼스트파티 미디어 네트워크’는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 소유자 간에 보유 정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연결해 그간 몰랐던 소비자 이면에 대한 정보를 보완할 수 있다.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는 일종의 ‘1:1 교환가치’에 근거해 자사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제공한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퍼스트파티 데이터 양도 급증하면서 선순환적인 데이터 순환이 이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환한 데이터의 가치도 기하급수로 커진다.
마케팅 담당자는 자사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제공해 잠재 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으며 개인화된 메시지와 수익 개선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접목하고 AI를 통해 수준 높은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등 보호와 활용 모두에 초점을 맞췄다.
클라켄 CEO는 “서드파티 데이터 지원이 중단되는 광고 시장에서 크리테오의 비전은 맞춤형 광고 식별자, 퍼스트파티 미디어 네트워크, 강력한 맥락 인식 광고 솔루션을 결합해 높은 성과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차별화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더욱 정교한 타기팅 광고와 강화된 맥락 인식 광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테일 미디어 넘어 커머스 미디어로···고객 생활 전반이 접점
그간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수익 성과를 높이고 소비자에 대한 개인화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매체를 중심으로 브랜드 관련 광고를 노출해 왔다. 예를 들어 브랜드가 입점한 온라인 쇼핑몰에 제품 관련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구매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준다. 대형 마트에서 계산대 근처에 특가 상품을 배치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디지털 광고에 도입한 것으로, 이를 ‘리테일 미디어’라고 부른다.
크리테오 측은 이러한 리테일 미디어를 넘어 커머스 미디어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머스 미디어는 리테일 미디어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다. 광고 매체로 사용된 브랜드 웹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뿐만 아니라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머스 미디어는 맞춤형 광고 기술을 통해 소비자 구매 여정을 파악하고 매체 전반에 걸쳐 광고를 게재하면서 소비자를 자사 브랜드로 유입시킨다. 게임, 온라인 동영상 등 소비자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면 어떤 매체든 브랜드를 노출하고 구매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프로필 데이터를 더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소비자 구매 패턴도 추정할 수 있다.
클라켄 CEO는 “크리테오의 커머스 미디어 플랫폼의 강점은 기업, 광고 매체 소유자,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데이터 기반 리테일 미디어와 마케팅 솔루션의 결합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 광범위한 인터넷 환경에서 브랜드를 접하고 보다 개인화한 맞춤형 광고를 수신하면서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마케팅 담당자나 광고주는 전략적인 광고 노출을 통해 효율적인 마케팅 집행이 가능하다. 크리테오는 이를 가능케 하는 AI 머신러닝 기술로 커머스 미디어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광고 선호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는 우려···균형 찾아야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구글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74%는 자신과 관련 있는 유용한 광고만 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효율성 높은 맞춤형 광고를 원하지만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정책 입안자, 규제기관, 플랫폼 기업 등도 이러한 동향에 맞춰 디지털 마케팅 방법론을 바꿔가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앞서 2018년부터 개인정보 보호 법령인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CCPA)’을 2018년 제정해 2020년 발효했다.
클라켄 CEO는 “크리테오는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서 이미 GDPR를 비롯해 다양한 업계의 데이터 활용 모범 사례와 개인정보 보호 표준·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관련 제품, 기술, 서비스를 포트폴리오 전반에 적용해 수준 높은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와 정책 변화는 광고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진화다. 크리테오는 혁신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업계를 주시하고 있다”며 “규제는 소비자의 자율성과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오늘날 소비자는 자율성, 선택, 이에 맞춘 광고 경험을 원한다. 크리테오가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23년 광고 시장에 대해 커머스 미디어가 빠르게 성장하고 마케팅 담당자와 광고 매체 소유자 간 협업을 도울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켄 CEO는 “오늘날 광고 시장은 여러 플랫폼이 단편화돼 별도로 운영 중이다. 크리테오는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더 빠르고 정교한 타기팅을 통해 광범위한 채널에서 맞춤형 광고를 지원하고 성과 측정과 캠페인 최적화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은 아주 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발췌했습니다.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